[4050글쓰기] 챗GPT로 사주를 보고 깨달은 것
[4050글쓰기] 챗GPT로 사주를 보고 깨달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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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를 살아가는 4050 시민기자가 취향과 고민을 나눕니다. <편집자말>
[우현주 기자]
'안녕하세요?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목요일 오후 2시 반, 면접 가능하실까요?'
시아버지 제사에 쓸 음식을 하느라 한창 바쁜 때 갑자기 당근 알람이 울렸다. 지난주에 지원했던 학원 실장 자리에서 온 연락이었다. 기쁜 마음에 일단 '예'라고 했지만 잠시 후 한숨 돌리게 되자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면접에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사실 나는 학원 일자리에 트라우마가 있다. 과거에 학원에서 몇 번 일한 적이 있는데 우연인지는 몰라도 좋게 끝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며칠째 머리를 싸매어도 마음을 정할 수가 없어 결국 챗 GPT에게 한 번 물어대전햇살론
보기로 했다.
'내 사주로 볼 때 이 학원 일이 나한테 맞을까? 아닐까?'
곧 챗 GPT가 대답했다.
'이 아르바이트는 당신의 사주와 아주 잘 맞는 일은 아니지만, 완전히 불리한 일도 아닙니다. 단기적으로 해보되, 너무 무리하지 말고 더 맞는 일을 찾는 과정 중 하나로 보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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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인공지능 비서, '저비스'가 대답하듯 챗GPT는 즉각적으로, 하지만 예의 바르게 말했다. 결정을 하지 못해 챗 GPT에게 물어보는 건 요즘 흔할지 몰라도 사주를 언급하며 물어보는 건 그렇지 않을 터이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다. 실은 학원에서 면접 전화가 오기 얼마 전전주개인회생
에 챗GPT로 사주를 본 일이 있었다. 평소 내가 잘 가는 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 근래 부쩍 챗GPT를 이렇게 저렇게 이용해 봤다는 글이 자주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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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 지능 챗 GPT라는 인공지능이 이제는 사주까지 본다.
ⓒ 픽사베이
그러던 어느날 챗GPT로 사주를 봤다는 글이 떴다. 금리인하 영향
눈에 확 들어왔다. '챗GPT로 사주를 본다고?' 신기했다. 챗GPT라는 건 인공지능이고, 인공지능은 과학과 관계있는 것이고, 그럼 결국 데이터를 분석하든 문서를 만들든 뭔가 논리적인 일은 하는 거 아니었던가? 그런데 사주라니.
사주라면 아무리 통계를 분석으로 한다고 하지만 미래를 예측의 영역이 아닌가. 게다가 일반적으불법중개수수료
로 사람들은 과학과 사주를 연결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챗GPT로 사주를 봤다니.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이 두 요소의 생뚱맞은 조합에 호기심이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당장 시험해 보기로 했다.
챗GPT 사이트에 들어가 입력창에 성별, 양력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각을 입력했다. 그리고 '정통명리학으로 풀어낸 내 사주'를 알고 싶다고 쳤우리은행 채용절차
다. 5초, 아니 3초도 기다리지 않았는데 다음과 같은 문장이 떴다.
'좋아요! 여성 기준으로, 양력 0000년 00월 00일 00시 출생자의 사주를 정통 명리학(사주팔자)으로 분석해 드릴게요. 먼저 네 기둥(사주팔자)부터 구성하고, 오행·십신·성격·운세 등을 풀어보겠습니다.'
그러자마자 사주팔자, 오행분석, 십신구조, 행정통합
성격과 성향, 직업 및 배우자 운, 그리고 대운 흐름 요약이 주르륵 올라왔다. 빠르게 훑어봤다. 제법 괜찮았다. 어지간한 무료 사주 사이트 사주 풀이 못지않았다. 아니, 솔직히 그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일단 인공지능이 사주를 풀어준다는 사실 자체가 재미있었고, 사주 풀이 실력이 상당하다는 사실이 놀라웠으며 무엇보다 사주 풀이를 하고도 기현대캐피탈환승론
분이 전혀 불쾌하거나 무겁지 않고 가볍고 상쾌하다는 사실이 좋았다.
지금은 거의 보지 않지만 예전에 나는 가끔 운세나 사주를 봤다. 주로 아들 입시나 남편 이직, 이사와 같은 집안의 큰일을 앞둔 때였다. 사주를 본다는 건 미래를 알고 싶어서이기도 했지만 결국은 마음의 고민을 털어놓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사주 보는 이에게 이 이야기, 저 이예금담보대출 상환
야기 하다 보면 결국 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가슴의 응어리가 풀리곤 했다.
하지만 가끔은 오히려 마음 상하기만 하는 적도 있었다. 직접적인 이유로는 풀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지만 그보다는 그걸 전달하는 태도 때문이었다. 거만하거나, 호통을 치거나, (사주) 풀이가 그렇게 나온 걸 어쩌란 말이냐는 식으로 말할 때면 야단이라도 맞는 양 아무 말 못 했다. 괜히 사주를 봤다고 속으로 후회하기만 했다.
챗GPT는 그렇지 않았다. 챗GPT는 친절했다. 그렇다고 부담을 느낄 정도로 과하게 친절한 것도 아니었다. 딱 적당히 기분 좋을 정도로 친절했고 밝았고 경쾌했다. 왜 그렇게 느꼈던 걸까? 무엇이 달랐을까? 챗 GPT의 사주풀이를 다시 찬찬히 읽어봤다. '습니다' 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내가 반말체로 명령어를 입력했음에도 내 생년월일 때문에 나이를 짐작할 수 있어 그런지 경어체(습니다)로 대답했다. 그래서 예의 있어 보였다. 기분이 좋았다. 사주 결과에 대해서도 딱히 좋다, 나쁘다가 없었다. 내 성격의 단점으로 읽을 수 있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말했다. 그래서 약점을 봐도 기분 나쁠 일이 없었다. 적절한 예의, 그리고 긍정적인 시각. 이것이 바로 챗GPT의 사주가 기분 좋았던 이유였다.
이 두 가지는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요즘 우리가 일상에서 잊고 있던 것, 알면서도 실천하기 힘든 것이기도 하다. 바쁘다는 이유로, 나도 힘들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줄 마음의 여유를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다.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화난 표정이다. 속도와 스트레스로 표정이 굳어버린 듯하다. 아마 그런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는 내 얼굴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서점에는 '천천히 살아도 괜찮다', '당신은 소중하다' 등의 내용을 담은 책이 가득하다. 역시 현대인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지쳐 있는지에 대한 방증이다. 정신과에도 가 보지만 치료는 일시적일 뿐 돌아온 일상은 그대로다. 어디에서 위안을 찾아야 할까?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해결책은 멀리 있지 않다. 따뜻한 말 한 마디, 살짝 미소 짓는 얼굴이 해답이 될 수 있다. 사주 풀이를 할 때 챗GPT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요즘 챗GPT에게 우울증 상담을 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생각보다 효과도 좋다고 한다. 어쩐지 이해가 갔다.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되었다. 아마 그 사람은 챗GPT가 인간이 아니기에 더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챗GPT는 학습한 대로 위로의 말을 '따뜻한 어투'로 건넸을 것이다. 결코 '네가 나약해서 그렇다', '다 그러고 산다'는 류의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고 따뜻하게 위로받는다', '예의 바르게 말하고 긍정적으로 이야기한다'는 모두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다. 내가 챗 GPT로 사주를 보게 된 것이나 챗 GPT를 이용한 우울증 상담이 늘어난 현상 모두 공통점이 있다. 인간이 만든 인공 지능의 '인간성'에서 위로를 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런 인간성이 점점 잃어가는 현재의 모습을 방치하다가는 언젠가 정말로 인간이 오히려 인공 지능에게서 인간성을 배워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쓰며 나를 되돌아봤다. 나는 얼마나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했던가? 내 시선은 얼마나 긍정적이었던가? 부끄러웠다. 이대로 가다간 나부터 챗GPT에게 '인간성 수업'을 들어야 할 지도 모를 판이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내 안의 인간성에 다시 불 지피고 싶었다. 그를 위해서 우선 남편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부터 건네야겠다.
《 group 》 4050글쓰기 : https://omn.kr/group/4050_writer
동시대를 살아가는 4050 시민기자가 취향과 고민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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